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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초유의 가뭄 비상, 도암댐 생활용수 전환 논의 본격화

factalgorithm 2025. 9. 9. 07:21

2025년 9월, 강릉은 전례 없는 가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강릉 시민들의 삶을 지탱해 온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불과 12%대까지 떨어지면서 생활용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앞으로 한 달간 비 소식이 없다면 저수율은 5% 아래로 곤두박질칠 수 있고, 이 경우 사실상 취수가 불가능해져 도시 전체가 단수 위기를 겪게 된다. 강릉시는 일부 지역에서 제한급수를 이미 시행했고, 호텔과 아파트 단지에서도 물 사용이 크게 줄어드는 등 시민들은 극도의 불편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동안 논란 속에 봉인되었던 도암댐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도 바로 이 절박한 현실 때문이다.


1. 강릉시는 도암댐 물을 생활용수로 공급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 강릉 시민들의 일상은 제한급수와 단수로 인한 불편이 심각했다.  
3. 삼척과 문경을 비롯한 전국 여러 지역에서도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었다.  

환경부는 9월 8일, 도암댐 도수관에 잔류한 15만 톤의 물에 대한 수질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수 처리 과정을 거친다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첫 공식 판정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처음 나온 결론으로, 24년간 중단된 도암댐의 활용 여부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중요한 계기였다. 강릉시는 도수관 우회 라인을 통해 하루 1만 톤 수준의 긴급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며, 현재 추가적인 30개 항목 정밀 검사와 전문가·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강릉시의회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며 빠른 결정을 요구하고 있고, 강원도와 인근 정선·영월 등 지자체도 ‘한시적 방류’라면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도암댐은 과거부터 지역 갈등의 뿌리였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에 위치한 이 댐은 1990년대 수력 발전을 목적으로 건설되었지만, 방류 과정에서 발생한 탁수와 오염 문제로 인해 강릉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2001년 방류가 전면 중단되었고, 그 이후 도암댐은 사실상 방치되며 지역 사회의 불신을 상징하는 시설이 되었다. 매년 발생하는 수질 논란은 갈등을 키웠고, 댐은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죽은 댐’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 환경부의 판정은 정수 처리라는 조건부 검증을 통해 도암댐이 다시 현실적인 수자원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릉시가 결정을 서두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행정 절차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갈등의 기억과 책임 문제, 그리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이 여전히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뭄은 이미 강릉 주민들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아파트 113곳과 호텔 10곳 등 124개 시설에서 제한급수가 시작되었으며,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수압 저하로 인해 사실상 단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화장실 물을 아끼기 위해 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고, 샤워 횟수를 줄이며, 세탁은 며칠에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아이를 둔 가정은 생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시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1인당 12리터의 생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며칠 만에 3,600톤 이상이 소진되며 공급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현장에는 차량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고, 고령자들이 무거운 물통을 옮기는 장면이 연일 목격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강릉은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가뭄은 관광 산업 전반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씨마크, 라카이, 신라모노그램 등 주요 호텔들은 수영장과 사우나를 폐쇄하고, 객실 내 샤워부스만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약 취소와 환불 요청이 이어지면서 호텔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식당 업주들 역시 물 절약을 위해 영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메뉴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일부는 아예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에 몰렸다. 공중화장실 40여 곳과 청소년 시설, 수영장 등도 문을 닫았으며, 도시는 정상적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군과 소방, 해경까지 동원되어 하루 3만 톤에 달하는 물을 외부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갈증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해경의 대형 경비함정까지 투입돼 정수장으로 물을 나르는 모습은 이번 가뭄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 같은 상황은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 삼척은 지하수와 계곡수가 말라붙으며 400여 가구가 긴급 급수를 받고 있고, 경북 문경은 농업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올해 여름 강수량이 평년의 20%에 불과하면서 농작물은 시들어가고, 양수기를 하루 종일 돌려도 효과가 없다. 고추, 사과, 옥수수, 콩 등 주요 작물은 말라가고 있고,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경북 북부와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이 이미 기상 가뭄 단계에 들어섰다고 발표했으며, 전국적인 물 부족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주, 울진, 예천, 안동, 오산, 평택, 용인, 이천 등지에서도 비슷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강릉의 가뭄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위기라기보다, 대한민국 전체가 직면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비의 양과 시기가 불규칙해지고, 가뭄과 폭우가 교차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도암댐 활용 논의는 단기적인 물 부족 해결책을 넘어, 앞으로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수자원을 관리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응급 급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보다 근본적인 물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 저수지 확충, 지하수 관리, 해수 담수화 같은 새로운 방안까지 검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런 위기는 반복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다. 강릉의 가뭄은 불편을 넘어 경고이며, 한국 사회가 물 관리에 대한 구조적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